이틀 동안 두 끼의 조식과 석식을 맛보았어요.
7년 전 방문 때도 정성 가득한 아름다운 식사에 감동했었는데 이번에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네요.
구글맵과 블로그 후기를 보니 아무래도 이곳의 식사는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합니다.
제가 느끼기로는 20대에서 30대 초반인 분들이 대체로 불만족인 것 같고 저 처럼 건강을 좀더 생각하는 30대 후반 - 40대 이상인 분들은 좋아라 하시는 것 같아요.
스이쵸칸의 저녁은 2부제로 운영됩니다. (17:30 - 19:00 / 19:30 - 21:00)
2부 식사시간이 끝나면 바로 저녁 라운지 타임이기 때문에 일정이 없다면 계속해서 음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주류와 음료는 무제한(셀프)이고 과실주에서 부터 맥주, 사케,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는 사와 까지 다양합니다.
식사시간에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스탭이 자리로 안내해 주시고 메뉴를 주면서 음료이용에 대해 안내해주세요.
스탭분이 건네준 메뉴에는 휴식과 뷰티, 건강에 초점을 맞춘 스이쵸칸의 컨셉과 상통하는 설명이 곁들여 있어요.
메뉴 구성은 현대식 가이세키 요리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을의 일본식 정찬 (和食, 와쇼쿠)
몸은 음식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최상의 식재료를 엄선하였습니다.
조미료는 가능한 한 줄이고, 제철 재료를 중심으로 한 요리를 제공합니다.
석식 : 계절 코스요리 1일차
저는 2박 3일 연박을 했기 때문에 료칸에 도착한 날과 다음 날 두 번의 석식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사키즈케 (先付)
- 상어 지느러미 차완무시 (フカヒレ 茶碗蒸し)
식사의 문을 여는 사키즈케로 상어 지느러미 차완무시가 나왔어요.
부드러운 상어 지느러미와 계란, 그리고 감칠맛이 깊은 국물 까지 따뜻하게 입맛을 돋궈줍니다.
전채 (前菜)
- 매실절임과 마코모타케 (蒸梅 まこも茸)
- 은어된장절임과 밤조림 (銀鮎味噌漬け 栗皮皮煮)
- 에다마메와 호두정과
- 붉은새우 (手長海老, 테나가에비)
작은 잔에 담긴 상큼한 매실절임(우메보시), 구운 마코모버섯 위에 담백한 은어와 새우구이를 얹었어요.
그 옆에 된장절임이 심심할 수 있는 입맛을 살려주고요.
마코모타케(마코모 버섯)은 처음 먹어봤는데 구운 향미와 쫄깃한 식감이 맘에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은 너무 질겨 못먹었는데 '무슨 볏짚을 구웠나?' 싶었거든요. 알고보니 마코모 버섯은 벼과 식물이 맞다고 하네요!
사과술과 곁들여 밤조림과 호두정과, 에다마메까지 꼼꼼히 챙겨먹었습니다.
회 (お造り)
- 전갱이(間八, 칸파치)
- 단새우(牡丹海老, 보탄에비)
전갱이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회 재료로, 기름기가 적당히 올라와 고소한 맛이 납니다.
보탄에비(단새우)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죠! 이쯤 부터는 음료 바에서 사케를 가져와 함께 마셨어요.
찜 요리 (煮物)
- 순무
- 메누케(目抜 볼락)
- 당근
일본 가이세키 요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찜 요리가 나왔어요.
순무, 메누케(볼락), 당근을 부드럽게 익혀 감칠맛과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맛을 강조한 찜요리로 차가운 회를 먹고나서 뱃속을 다시 데워주고 나니 구이요리가 나왔습니다.
구이요리 접시를 가져다 주시면서 혹시 식사도 같이 하겠냐고 물어보셔서 가져다 달라고 했어요.
고기와 밥, 거부할 수 없는 조합 아니겠어요.
구이 요리 (強肴)와 식사 (御食事)
- 도카치(十勝) 소고기 등심과 채소
- 멸치밥 (じゃこご飯)
- 된장국, 절임채소
도카치 지방(홋카이도)의 소고기로 스테이크가 나왔습니다. 낙농업이 발달한 홋카이도라 그런지 현지 소고기를 선보이네요.
밥과 함께 정신없이 먹었는데 굉장히 부드러웠습니다.
토카치 소고기는 적당한 마블링, 부드러운 식감, 감칠맛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특히 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와규와 달리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살아있다고 하네요.
홋카이도는 사료와 항생제, 화학물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고 서늘한 기후도 고소하고 부드러운 육질에 영향을 준다고 하니 다음에 홋카이도에 또 가게 되면 소고기를 좀 더 열심히 먹어봐야 겠습니다.
멸치밥은 작은멸치(멸치의 새끼)를 넣어서 후리카케를 뿌린 밥하고 비슷한데, 쌀알은 통통하고 간이 살짝 돼있어 계속 밥이 들어갔습니다. 소고기와 밥, 된장국, 오독오독한 절임채소와 함께 식사 까지 끝냈어요.
디저트 (食後のお楽しみ)
마지막으로 디저트는 셔빗이 나왔습니다.
감귤류와 포도 등 여러 과일이 아래 깔려있고 달콤한 얼음조각들과 함께 깔끔하게 마무리했어요.
석식 : 계절 코스요리 2일차
내친 김에 다음날 석식도 갑니다. 스크롤 압박 때문에 생략하려 했는데 묵혀두기엔 아깝잖아요.
사키즈케 (先付)
- 양파 플랑(玉葱のフラン)
플랑(フラン, Flan) 은 일본식 계란찜(차완무시)과 비슷한 부드러운 푸딩 스타일 요리입니다.
양파를 베이스로 한 크리미한 계란찜으로, 달달한 양파의 감칠맛과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했어요.
음료를 고르러 간 사이에 요리가 빠르게 나와 전채요리와 함께 먹었습니다.
전채 (前菜)
- 마고와야사시이(まごわやさしい)
글자 | 뜻 | 요리 |
ま (마) | 콩류 | 콩과 해파리, 모자반 (豆とクラゲ あかもく) |
ご (고) | 참깨, 견과류 | 구운가지와 새송이버섯 참깨소스 (焼きなすとエリンギエリンギ ごま掛け) |
わ (와) | 해조류 | 구운 감, 게, 미역 (柿釜 蟹 若芽) |
や (야) | 채소 | 밤 은행 (栗銀杏) |
さ (사) | 생선류 | 참치 김말이 (鮪磯辺巻き) |
し (시) | 버섯류 | 표고버섯 국화무침 폰즈 젤리소스 (椎茸菊花和え ポン酢ジュレ) |
い (이) | 감자, 뿌리채소 | 고구마 양갱 (さつま芋真丈) |
'마고와야사시이'라는 주제로 전채를 구성했네요. 재밌어서 자세히 표로 설명해봤어요.
'まごわやさしい'는 전통적인 일본식 건강 식단의 원칙을 나타내는 단어래요.
각 글자는 건강한 식사를 위한 7가지 주요 식재료군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재밌쥬?
아기자기하고 건강한 요리들을 하나씩 집어먹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회 (お造り)
- 아보카도 연어 (アボカドサーモン )
- 가리비 (帆立)
- 단새우 (甘海老)
- 꽁치 레몬 (秋刀魚レモン)
정말 깨끗하게 손질된 아보카도 껍질 안에 아보카도와 생연어가 들어있었고, 신선한 가리비와 단새우 회 그리고 꽁치에는 비린맛 때문인지 레몬이 함께 나왔죠.
찜 요리 (煮物)
- 볼락(메누케)찜 (目抜蒸し)
- 밤과 잎새버섯, 백합근 (栗 舞茸 百合根)
볼락과 밤, 버섯, 백합근을 만두 처럼 말아서 담백한 국물에 찐 요리입니다.
역시 부드럽고 담백, 감칠맛이 느껴지는 건강한 맛.
구이 요리 (強肴)와 식사 (御食事)
- 다테도리 훈제구이와 야채 (伊達鶏燻製焼き お野菜)
- 버섯밥과 바지락 된장국, 절임채소 (きのこご飯 浅利味噌汁 お漬物)
이번에도 구이와 식사를 함께 받았습니다.
치밥 역시 진리 아니겠습니까.
다테도리는 미야기현의 프리미엄 닭고기래요.
일반 닭고기보다 지방이 적당히 분포돼있어서 퍽퍽하지 않고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훈제고기를 좋아해서 야채와 버섯밥과 곁들여 맛있게 먹었어요. 옆에 소금도 훈제소금이었는데 찍어먹으니 진짜 맛있었어요!
디저트 (食後のお楽しみ)
- 과일, 건과일, 파운드 케익, 아이스크림
마지막으로 초코 아이스크림과 과일 등이 들어간 디저트를 먹고 둘째날 석식도 마무리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맛이 강하지 않고 건강함이 몸에 바로 흡수되는 느낌의 자상하고 부드러운 음식들이 많았어요.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이렇게 건강한 음식도 먹고 에스테틱 까지 하고나면 정말 안색이 달라질수밖에 없더라구요.
조식 : 2일차 · 3일차
스이쵸칸에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첫 날에는 눈이 내리지 않을 기미라 내심 아쉬웠는데 그 날 저녁 부터 소록소록 내리더니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제법 쌓였네요.
객실에서 바라보는 눈 풍경. 이 맛에 삿포로 오는거 아니겠어요.
스이쵸칸의 조식은 3부제로 나눠 운영합니다. (8:00부터 / 8:30부터 / 9:00부터)
조식은 오니기리가 메인, 샐러드 바와 드링크 바가 무제한 입니다.
저는 2박 연박을 했기 때문에 첫 날은 로비에서, 둘째 날은 첫 날 석식 마무리 때 지배인님이 오니기리 종류와 갯수를 주문받아가셨어요.
파워 내향형인 저는
'아.. 마지막 날 조식은 안골랐는데 어떻게 고르지.. 똑같은게 나오나? 프론트 가서 얘기하면 되나?'
이러며 약간 고민하고 있었는데 모든걸 물 흐르듯 진행하시는 지배인님. :)
저는 8:30으로 예약하고 1층 레스토랑으로 찾아가니 입구에 스탭분이 서 계십니다.
"이찌마루하치 데스☺️"
호실을 말씀드리면 자리로 안내해주세요.
샐러드는 종류가 아주 풍성하지는 않지만 정말 신선한 야채와 드레싱, 콩과 올리브, 과일과 토마토, 요거트와 과일소스, 고구마 or 감자, 버터, 핑크솔트 등이 세팅 돼 있었어요.
감사하게도 창가 자리를 주셔서 눈이 쌓인 풍경을 보며 느긋하게 아침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2일차의 오니기리는 연어구이와 시소, 우메보시와 가츠오부시 두 종류를 선택했고
3일차 마지막 날 아침은 잘 기억이 안나요...😓 뭔가 우걱우걱 맛있게 먹은 기억만ㅋㅋㅋㅋ
오니기리는 원하면 3개 이상도 만들어주시는 것 같습니다만 샐러드 까지 같이 다 먹으면 은근 배가 불러서 2개 정도가 딱 알맞는 것 같아요.
조식 오니기리 접시에는 생선과 계란말이, 야채절임과 반찬을 간단하게 챙겨줍니다.
저는 저 6각형 컵에 담아주는 따뜻한 다시물(?)이 참 감칠맛 나고 맛있더라구요.
그리고 삼각김밥이라고 무시하면 안됩니다.
홈페이지에서 찾은 오니기리에 대한 그들의 준비과정을 일부 보실까요.
자연산 홍연어의 다양한 부위를 소금구이로 만들어 맛을 비교한 끝에,
이번에는 '하라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라스는 한 마리의 연어에서 극소량만 얻을 수 있는 귀한 부위이지만,
살살 녹는 지방이 담백하면서도 입안 가득 고급스러운 감칠맛을 선사합니다.
'주먹밥을 위한 연어'를 연구하며, 셰프 고마츠는 프렌치 조리 기법을 활용해 연어 콩피를 만들었고,
다이이치 호텔 총괄 요리장 나츠메는 다시(국물)의 감칠맛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도록
특별한 양념을 가미한 연어 플레이크를 개발해 주먹밥 속재료로 더했습니다.
소금은 미네랄이 풍부한 이즈모의 모시오(藻塩)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20가지 이상의 소금을 갖추고 있는 ‘구리야 스이잔(厨翠山)’에서 공수한 것입니다.
쌀은 10년 연속 특A 등급을 받은 홋카이도산 유메피리카를 사용했습니다.
적당한 찰기와 감미로움, 부드러운 식감, 윤기 있는 밥맛을 마음껏 즐겨보세요.
와우, 이런 줄 알았으면 좀 더 집중하고 먹을 걸 그랬어요.
샐러드바는 제가 있는 동안은 메뉴가 같았고 감자와 고구마 정도만 변경됐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 구황작물들과 버터, 소금의 조합이 정말 맛있었어요.
역시 홋카이도산 버터를 쓰는지 버터맛이 정말 신선하고 부드럽더라구요.
이 집 버터 맛에 스며들어 홋카이도 유제품에 대한 기대가 생겨서 선물 코너에서 치즈도 눈여겨보게되고...
그렇게 마음의 문이, 지갑이 열렸습니다. 프론트에서 치즈 오일절임을 사왔거든요.
+
또 내친 김에.
7년 전 조식도 구경해보실래요?
- 톡 쏘는 탄산수로 시작해서
- 3색 과일 주스와 우유 드링크
- 하몽+야채+퀴노아+꽃 샐러드
- 치킨 부리또
- 과일 바질 푸딩
이렇게 한 상 먹었는데 색감이 너무 예쁘고 신선, 건강한 맛에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이 때는 스이쵸칸에 외국인 손님이 적을 때라 내국인 타깃으로 서양식 조식이 좋은 컨셉이었을 것 같습니다.
참, 모든 식사에는 식사중/식사끝을 알리는 카드를 주십니다.
샐러드 바나 음료 바에 갈 때 자리를 자주 비우기 때문에 세심하게 준비한 것 같습니다.
식사가 끝나면 테이블 위에 '식사 중'에서 '식사 끝'으로 카드를 뒤집어 놓고 나오면 됩니다.
그리고 점심 식사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점심을 웰컴 푸드로 대충 때우고 에스테틱 등을 받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외부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수도 있어요.
겨울 삿포로편이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 시리즈가 길어지네요. 💦
다음 편에는 에스테틱과 죠잔케이 주변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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